서리맞은 뽕잎
북경 명의 위용양(魏龍양)의 병례(病例)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5 세 된 환자가매일 밤 12 시에 온 몸에 땀이나서 땀으로 목욕을 한다. 이와 같이 땀을 흘린지 벌써 1 년이 지났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해 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위선생은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심하던 차에 이견지(夷堅志)에서 고사 한 토막을 옛날에 읽은 기억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이견지에 수록되어 있는 고사는 다음과 같다. ”엄주산사유일유승(嚴州山寺有一游僧), 형체리수(形體羸瘦), 음식심소(飮食甚少), 매야취침(每夜就枕), 편신한출(遍身汗出), 태단(迨旦), 의개습투(衣皆濕透). 여차이십년(如此二十年), 무약능치(無藥能治). 감사승왈(監寺僧曰) : ”오유절묘험방(吾有絶妙驗方), 위여치지(爲汝治之).” 삼일지후(三日之後), 숙질과연전유(宿疾果然痊癒). 기방단용상엽일미(其方單用桑葉一味), 승로채적(乘露采摘), 배건년말(焙乾碾末), 매일이전(每日二錢), 공복용온수탕조복(空腹用溫水湯調服).” 다시 말하면 ”엄주 산사에 있는 탁발승은 몸이 여위고 쇠약하였으며 식욕이 부진하여 음식을 조금밖에 먹지 못한다. 매일 밤 땀으로 목욕을 하며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의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이렇게 생활한지 20 년이나 되는데 약으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감사승은 : “나에게 당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 하나 있소!” 라고 행각승에게 말했다. 감사승이 알려준 처방을 사용한지 3 일 만에 숙질은 과연 치유되었다. 감사승이 알려준 처방은 상엽 한 가지 만으로 된 단방이었다. 새벽 이슬을 머금고 있는 뽕나무 잎을 채취하여 약한 불에 쬐어 말린다. 절구 속에 집어넣고 찧어서 가루로 만든다. 매일 2 전(錢)씩 공복에 따뜻한 물로 복용한다.” 는 뜻이다. 위선생은 35 세의 남자 환자의 한증(汗症)에 이슬맞은 뽕잎을 한 번 시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위선생은 처방을 쓸때 환자에게 매일 마른 뽕나무 잎가루를 2 전(錢)씩 따뜻한 물 대신 미음(米飮)으로 넘기라고 분부하였다. 복약한지 3 일 만에 과연 35 세 남자의 한증은 치유되었다. 얼마 후에 위선생은 또 다른 야한증(夜汗症) 환자를 만났다. 위선생은 예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뽕나무 잎 단방을 처방하였다. 위선생은 치료 효과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 결과 예전과 똑같음을 발견하였다. 위선생은 임상 실험을 통하여 ”뽕나무 잎은 야한증을 치료하는 공능이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 말했다. 안덕형(顔德馨)의 의학입문(醫學入門)에 보면 ”사려과도(思慮過度), 이치심공독유한출자(以致心孔獨有汗出者), 상엽경상제이번엽(桑葉經霜第二番葉), 대상채음건(帶霜采陰乾), 혹배위말(或焙爲末), 미음조복(米飮調服).”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생각이 많은 사람이 심허증(心虛症)으로 인하여 땀을 흘릴 때 서리 맞은 두번 째 달린 뽕잎을 따서 말리거나 얕은 불에 쬐어 말려서 가루내어 미음과 함께 복용시켜라.” 는 뜻이다.
또 다른 Case History 를 하나 소개한다. 당년 60 세의 촌부(村婦)가 도한증(盜汗症)이 생긴지 2 년이 지났다. 식욕은 여전한데 정신이 피로하다. 의사는 익기고표약(益氣固表藥)과 자음강화약(滋陰降火藥)으로 치료했으나 무효였다. 후에 뽕나무 잎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차례 매차 9g 씩 미음과 함께 복용하여 2 주 후 야한증은 완치되었다. 이 처방은 두면출한(頭面出汗 : 俗稱 蒸籠頭(찜통머리))에도 효과가 있다. 신농본초경에도 ”상엽제한열출한(桑葉除寒熱出汗)”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뽕나무 잎은 한열출한을 치료해 준다.” 는 뜻이다.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의 한 사람 주진형(朱震亨)의 저서 단계심법(丹溪心法)에 보면 ”경상상엽연말(經霜桑葉硏末), 미음복(米飮服), 지도한(止盜汗).”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서리 맞은 뽕잎 가루를 미음과 함께 복용하면 도한(盜汗)이 치료된다.” 는 뜻이다. 도한(盜汗)이란? 몸이 쇠약하여 잠 잘때 땀을 흘려 잠옷을 척척하게 만드는 땀을 일컫는다.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명의 부청주(傅靑主 : 서기 1607 년 – 서기 1684 년)는 뽕나무 잎으로 지한시키는데 일가견(一家見)을 갖고있는 명의였다. 부청주는 지한신단(止汗神丹)과 알한단(遏汗丹)과 지한정신단(止汗定神丹) 등 여러 가지 처방을 발명한 명의이다. 부청주는 뽕나무 잎사귀를 ”수한지묘품(收汗之妙品), 지한지신약(止汗之神藥)” 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뽕잎은 지한의 신약이며 땀을 거두어 들이는 묘약이다.” 는 뜻이다. 또 본초촬요(本草撮要)에 보면 ”이지대차(以之代茶), 취경상자(取經霜者), 상복치도한(常服治盜汗).”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서리 맞은 뽕잎을 차 대신 마시면 도한이 치료된다.” 는 뜻이다. 서리 맞은 뽕잎은 도한 뿐만 아니라 지한도 치료해 준다. 백초경(百草鏡)에 보면 ”수대설압과(須大雪壓過), 차일설청채하(次日雪晴采下), 선천현호음건(線穿懸戶陰乾), 기색다청흑색(其色多靑黑色), 풍취작철기성(風吹作鐵器聲), 고명철선자(故名鐵扇子), 동지후채자양(冬至後采者良).”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뽕잎은 반드시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날 뽕잎을 누르고 있는 눈을 털어내고 뽕잎을 따서 바느질 실로 꿰어 집안에 매달아 그늘에서 말린다. 그러면 뽕잎의 색깔이 청흑색(靑黑色)으로 변하고 바람이 불때 마다 뽕잎 끼리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쇠소리와 같다. 그래서 철선자(쇠부채)란 이름을 얻었다. 뽕잎은 동지 후에 채취한 것이 가장 좋다.” 는 뜻이다. 현재 한의학에서는 뽕잎을 거풍청열(祛風淸熱)과 양간명목(凉肝明目)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뽕잎을 머리카락이 잘 자라게 해주는 약으로 사용되었었다. 손사막(孫思邈)의 천금방(千金方)에 보면 ”치두발부장(治頭髮不長), 상엽(桑葉), 마엽(麻葉), 자감수목지(煮泔水沐之), 칠차(七次), 가장수척(可長數尺).”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머리 카락을 잘 자라게 하는데는 뽕잎과 삼잎(마리화나잎)을 함께 삶은 물과 쌀뜨물을 섞어 머리를 일곱 차례 감으면 머리가 길어난다.” 는 뜻이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보면 ”상엽명목장발(桑葉明目長髮)”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뽕잎은 눈을 밝혀주고 머리 카락을 잘 자라게 해준다.” 는 뜻이다. 청 나라 때 광서황제(光緖皇帝 : 서기 1875 년 – 서기 1908 년)와 자희태후(滋禧太后 : 서기 1835 년 – 서기 1908 년)는 뽕잎을 애용하였다. 자희태후는 자신의 미용과 장수를 위하여 뽕잎 뿐만 아니라 명목연령환(明目年齡丸)과 명목연령고(明目年齡膏)를 복용했는데 사실은 서리 맞은 뽕잎과 국화(菊花)로 조성된 처방들이다. 자희태후는 이것들을 교대해 가며 복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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